- 그리고... - └괴작

- 무, 무슨말이야! 마, 말이 되는 소리를 해!!
- 뭐가아? 나한테 미쳐봐~ 미쳐보라구!!

....얘가 좀 이상하다.
오늘따라 뭘 잘못먹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너한테 미칠수 있을것 같아...?

- ...무리야...
- 응?

아차, 나도 모르게 작은 목소리를 내버렸다.
드, 들었을까? 못들었겠지?

- 아, 아, 아무것도아냐! 뭐, 뭘 너한테 미쳐!!! 미치긴!!!
- 에헤이... 섭섭하다. 다른사람들은 나한테 미쳐! 이러면 눈이 풀려서 쫓아오는데~
- ,,,,남자들도?
- 남자들은 아니지!!! 내모습에 무슨 남자가 헬렐레 해서 와!
- 에이, 응이라고 대답해줬으면 게이라고 놀렸을텐데.
- 나, 나 그런거 아니거든!!!!!!

갑자기 얼굴이 시뻘개져서 화를 내는 한호를 보면서 난 그저 쓴웃음만 질 뿐이었다.
묘사하기조차 힘들정도로 잘생긴 주제에 이렇게 장난을 치다니.
괜시리 두근두근거린다.
하지만 이 두근거리는 이 감정조차 난 멋대로 할수 없는 처지니까...
만약 한호와 사귀기라도 한다면... 얼마나 큰 상처를 줄지 알수없으니까...
그저 이 생소한 감정에 쓴웃음을 보낼뿐이었다.

- 하아, 어떻게 그럴수가 있냐. 응?
- 헤헤. 근데 오늘도 그놈의 몬스터헌터야?
- 아앙, 오늘은 꼭 기자미셋 만들고만다.

대형 몬스터를 잡으면서 나오는 전리품, 시체에서 나오는 아이템으로 갑각을 만든다는 생각은 누가했을까.
옆에서 지켜보고 있지만, 정말 실제상황같달까.
술을 마시고 비틀댄다는거라던지, 무기를 쓰는것도 리얼하다던지.
이런 리얼함때문에 한호는 이 게임을 하는지도 모르겠다.

- 아유, 그만좀 하고 집에 가야지, 응?
- 왜?

고개를 갸웃하면서 날 쳐다보는 한호.

- 내일 일있잖아.
- 내일 토요일이잖아.
- 응.
- 나 내일 쉬는데?
- 그래도... 집에가서 푹 자야...
- 나 집에 아무도 없는데?
- ......

그래서... 결론이 뭐야?
집에 가기 싫다는 소리야?

- 아마 니가 생각하는게 맞을거야.

씩 웃으면서 말하는 한호가 오늘따라 얄미워보인다.

'퍽'
- 아야!!!!

그래서 괜시리 한대 때려주고 싶어졌다.










- 내일 쉬면 우리 어디라도 놀러가자.
- 으엉? 어딜?
- 으음... 놀이공원같은데?
- 으어엉? 진짜?

집에 보내려고 안간힘을 써서 집앞까지 데려왔다.
그랬더니 한호가 투덜대길래 기분풀라고 한 말이 놀이공원.

- 아니면 영화를 봐도 괜찮고...
- ...영화보자. 놀이공원도 시간맞춰서 가야지, 내일이 토요일이니까 아마 바글바글할거야.
- 그렇겠지.. 아무래도?
- 응, 그렇겠지.
- 귀찮아... 그렇게 사람많은데는.
- 그러니 영화 낙찰!

갑자기 영화 낙찰이라고 손들어대는 이 남자때문에 길을 편히 걷질못한다... 에휴.
어쨌거나 그렇게 영화를 보기로 하고 개봉한 영화가 무엇인지 각자 알아보고 내일 알려주기로 했다.
요즘 개봉한 영화가... 뭐있더라?
학생때 이후로 이렇게 가슴떨린적은 처음이다.















D - 52



내 심장에는 괴물이 살고있다.
하나는 오징어같고, 하나는 피라니아같은.
시간을 정해두고 오징어는 나의 심장에 먹물을 뿌린다.
게다가 피라니아는 그렇게 얼룩진 심장을 야금야금 뜯어먹는다.
그리고, 곧 나는 죽는다.
그런데.....
그런데, 어느날부터인가 이상하다.
오징어가 내뿜는 먹물이 붉은 어떤것에 씻겨진다.
점점, 점점 씻겨지더니...
이윽고, 자신의 빨강을 그대로 유지하게 되었다.
피라니아는 그런 심장이나마 먹어보려 애쓰지만, 이 심장은 단단해서 피라니아가 뜯을수 없을정도.
결국 피라니아와 오징어는 내 심장을 포기하고 다른 심장을 찾아 여행을 떠나게 된다.
그리고... 지금.
내 심장은 처음으로 붉게 물들어가고 있었다.








- 여기야 여기!

지하철을 타고 10분거리에 있는 영화관으로 가자고 하길래 왜인가 했더니...

- 노, 높다....

높이만 한 100M정도는 될성싶은 엄청난 크기의 영화관건물이 자리잡고있는 곳이라서 그런거구나.
우와아, 진짜 높고 진짜 넓다.

- 가장 가깝고 가장 큰곳이야, 여기가.
- 응, 노, 높긴 하다...
- 게다가 지하에 쇼핑도 할수있고, 점심 저녁도 해결가능하니까 여기가 나은거같아서 일로오자했어.
- 잘했다! 이런데 있으면 진작에 올것이지!
- 여기 한번도 안왔어?
- 응, 한번도 안와봤어.
- 이런....

자세한 설명을 들으면서 들어간 영화관.
정말 오랜만에 온다는 생각이 드는건 왜일까.

- 요즘 하는 영화가... ing 있네.
- 멜로야?
- 응, 아마도 그런가봐.
- 그럼 저걸로 보자. 난 다른 장르는 별로...
- 그려그려. 어른 둘이요.

내 어깨를 토닥이면서 매표소에서 표를 끊는 한호.
그 모습이 자연스러워 보였는지 직원은 이렇게 말했다.

- 커플석으로 드릴까요?
- 아. 저희 커플 아...
'퍽'
- 아, 아뇨아뇨! 네! 주세요! 네!

.....모르겠다.
나도모르게 순간 커플 아니요 란 소리를 듣기 싫어서였을까.
그런말을 못하게 걷어차버렸는데...
눈치를 챈건지 얼떨결에 그런건지, 한호도 커플석으로 달라고 해버리다니...
참...

- ...아퍼.
- 아프라고 때린거야.
- 그냥 커플이예요 뒤에서 한마디만 하면 됐지...
- 여자가 하리 그런말을?
- 아뇨, 네, 잘못했습니다. 제잘못이예요, 네네. 으헝.

풋.
귀엽다.
어째서인진 몰라도 귀엽다.









- 손수건 없어? 훌쩍.
- 내 손수건 니가 벌써 쓰고있으면서 뭘...
- 더없냐구, 훌쩍.
- 무슨 티슈냐!!! 손수건을 막 뽑아주게!!!
- 훌쩍, 키잉... 슬프다.
- 나도 슬프더라.

난 다른의미에서 슬픈거야, 이 바보야.
남은 52일동안 누군가를 사귀게 된다면...
그게 만약 네가 된다면...
나도...
영화의 주인공처럼....
남자에게 사랑이란 굴레를 씌워버리고 죽어버릴까봐....
그래서 슬픈거야....



열심히 놀았다.
밥을 먹고 노래방을 가고, 일하는 PC방에 갔다가 다시 집으로.
한호는 쉬는날이 될때마다 놀러가자고 하는데, 난 어떻게 해야될지 모르겠다.
집에오니 그거 조금 놀았다고 벌써부터 피곤해하는 나인데...
다음주엔 잘 놀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난 침대에 누워 잠을 청했다.








D - 51



잡초를 아무리 밟아도 밟아도 죽지 않는건, 끈질긴 생명력을 가지고 있어서이다.
아무리 없애고 없애도 벌레들이 계속 생기는건, 끈질긴 생명력을 가지고 있어서이다.
사람은, 어째서 연약한걸까.
나도 잡초나 벌레들같은 생명력을 갖고싶은데.
뒤늦게 찾아온 붉은 심장은, 곧있으면 꺼져버릴 가련한 양초.
난, 그 불씨를 지키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오랜만에 늦잠을 잤다.
보통 오전 11시면 일어날텐데, 오늘은 오후 5시까지 자버렸다.

- 아차, 일어나야지.

일어나보니 참 슬펐다.
부스스한 긴 생머리, 눈에 껴있는 눈꼽.
화장때문에 푸석푸석해진 피부.
그리고, 언제부터 관리했는지 모르겠는 손톱.
어느새 손톱은 내 손가락 한마디정도의 길이가 되었다.
이렇게 하고 어저께 나갔다니, 나도 참....
그래서 오늘은 오랜만에 팩이나 할겸 겸사겸사 집에 있기로 결정했다.






- 어디보자... 내 팩이...

화장대를 뒤적거리고 찾아낸 팩.
저번엔 분명 오이팩이었던것같은데 왜 감자팩이지?
에이, 몰라, 그런거.
어쨌거나 헤어밴드를 하고 얼굴에 골고루 발라주고, 침대에 벌러덩 누웠다.

- 으잇차 ~

침대에 대자로 누워있으니 죽지도 않았는데 지나간 일들이 다시 떠오른다.
어릴적에 있었던일, 중학교때, 고등학교때, 그리고 그 빌어먹을 사형선고를 받았을때.
이제는 준비해야되는 일이 죽음이라는것이 맘에 안드는것 빼고는 행복한 인생을 살아온것같다.
그리고, 며칠 안남았지만 죽기전에 하고싶은 일들은 다 해보고 죽어야될거아니야.
하다못해 처녀귀신으로 죽을수도 없는 노릇이고.
이런 저런 생각을 하는사이, 어느새 팩이 다 말랐다.

'찌익'

잘말라서 그런지 쉽게 떼지는 팩.
덜렁덜렁거리는 내 표피가죽을 보고있으니 내가 곤충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니면 뱀이라던가.
나도 허물같은것을 벗으면 전보다 더 강해지고 튼튼해지는걸까.
인간이 그럴리는 없겠지만서도.
하하, 이젠 무슨생각인거냐... 나는...






베란다에 나왔다.
그리고 담배 한대를 물었다.
어제 한호가 사준 던힐 프로스트.
맨솔이라고, 집에갈때 피고가라고 했던건데...
어째서인지 지금 뜯고있는 나는 뭘까.
하아...

'칙 - '
- 후우 ~....

담배연기가 하늘로 솟아오른다.
그와 동시에 내가 갖고있던 불안한 감정도 날아오른다.
잘... 해낼수 있을까?
담배를 보면서 생각해본다.

'너, 내 청량감이 되어주지 않을래.'







D - 50



- 한호야.
- 응?
- 너, 내 맨솔이 되어주면 안되겠니?

뜬금없이 내뱉은 나의 말에 한호는 눈이 똥그래진다.

- 맨솔이라니? 날 잡아다가 불붙여 피우고싶은거야!?
- 아, 아니, 그런말은 아닌데...
- 나, 날 맨솔로 생각한거야!? 그래서 그저께 맨솔 담배 하나 사줬잖아!!!
- 그, 그런게 아니래니까!!!!!!!!

....사랑이란게 이렇게 힘들었던거야?
왜, 영화나 드라마보면 사랑은 쉬운것처럼 광고하더니?
....하아, 여자인 내가 먼저 고백하는게 어째 영 껄끄럽긴하지만....

- ...나, 너한테 미치기로 했어.
- 아.
- 너한테 미치구, 너란걸 사랑해볼거야.
- .....
- 그러니까, 너, 내, 내 남자친구가 돼라!!!
- ....저기.
- 하, 할거야 말거야!!!!

마, 말했다....
말해버렸어....
뭐, 뭐이렇게 떨리는거지?
힘든것같기도 하고, 어째 쪽팔리기도 하고....
빨리 대답해줘, 한호야!!!

- 저, 저기...
- ...?
- 화, 화연아...
- 왜, 왜!!!
- 여기.. 카운터 앞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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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C×C×B 2008/08/20 13:57 # 답글

    .................. - Cru
  • RoseKnight 2008/08/20 18:16 #

    .....................
  • アゼ 2008/08/20 14:05 # 답글

    훈훈한데 마지막 '여기.. 카운터 앞이다...' 크리 OTL
    진하게 감동 먹으면서 읽었는데 막판에 풋 하고 웃어버렸네ㅠ
  • RoseKnight 2008/08/20 18:16 #

    가끔은 웃겨야 재미도 있지 않겠니
  • 슈나 2008/08/20 14:56 # 답글

    카운터 앞에서 카운터 맞았다 (...)
  • RoseKnight 2008/08/20 15:13 #

    카운터앞에서 카운터에서 카운터 맞은얘기를 쓴거지 정확히는
  • itosiiyui 2008/08/21 00:07 # 답글

    ....................로나님은 여자일지도 몰라!(?!)
  • Earlstreim 2008/08/21 00:26 # 답글

    아.. 잘보다가.... 이거 반전인건가요 그런건가요...
  • RoseKnight 2008/08/21 00:54 #

    첫편부터 천천히 읽으세요. 당분간 계속 쓸예정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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