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꽃 - └괴작

오늘도 담배에 불을 붙인다.
그리고는 심히 깊게 담배를 빨았다가 내뱉는다.
그리고 내 입과 코에서 뿜어져 나오는 담배연기.
그리고... 곧 듣게될 그 소리.

죽느냐.. 혹은 사느냐.















- ....정말 아쉽게 됐습니다만, 현재 수술자의 신체와 맞을만한 심장은 구해지지 않았습니다.
- 아, 아니... 어떻게.... 그럴수가....

어머니는 오열하셨다.
아버지는 그저 담배만 물고계셨다.
동생은 눈물을 글썽였다.
내 친구들은 나만보면 운다.
'어떻게 이렇게 갈수있냐'면서...

- 하, 하하, 하하하....

웃고있다.
하지만 눈물이 난다.
이제 막 20살이 됐을뿐인데.
이런 꽃다운 인생을 심장하나 안좋다고 사라져야한다니.
하하... 눈물이 날수밖에 없지.

- ...괜찮아. 괜찮을거야.... 꼭...
- ....엄마. 이제 됐어. 난 죽을 운명인거야.
- 하, 하지만 화연아....
- 됐어. 얼마나 남았대?

담담하게 내 죽을날을 물어보자, 어머니는 눈물을 글썽이셨다.
그리곤, 그날이 사형날짜라도 되는듯 펑펑 울며 말을 이으셨다.

- ....이제 2개월.....









D - 59.


- 여기서 담배피시면 안됩니다, 손님.

옆을 돌아보니, PC방 아르바이트생이 날 쳐다보고 있다.

- ...?
- 금연석이잖아요, 손님.

아르바이트생이 가르키는 방향을 쳐다보니, 금연석이란 팻말이 에어컨 바람에 휘날리고 있었다.

- ... 신경끄세요.
- 아니, 저기... 저도 그러고 싶지만 주변에 애들이 있으니까...
- ..... 알았어요. 어디로 옮기면 돼요?
- 아! 이쪽으로 오세요.

이 좁은 PC방에서 길을 잃을 일이라도 있을듯 이 알바생은 조심스레 흡연석으로 자리를 권한다.
그리고 알바생이 소개시켜준 자리는 사람도 없고 꽤나 시원한 위치였다.

- ...재떨이는 어딨나요?
- 헤헤, 여깄습니다~

그러고는 뒤에 있던 손에서 살며시 작고 동그란 재떨이를 주고 사라졌다.
대체 뭐야? 저 녀석은...
어쨌거나 그렇게 자리에 앉은 나는 이것저것 컴퓨터를 만지기 시작했다.
게임도 해보고, 인터넷도 돌아보고, 이제는 주인이 없게될 미니홈피까지.
메신저를 켜는순간은 왜이렇게 눈물이 나던지...
모니터를 살며시 손으로 쓸어내리며 친구들의 이름을 불러본다.

- 영아, 혜영, 지수, 유나, 하연, 나래....

하나하나 친구들을 부를때마다, 내 눈에선 한방울씩 눈물이 흐르는것같았다.
아니, 벌써 울고있을지도 모르지.
어쨌거나 내 시야는 이미 부옇게 흐려져있었으니까....
그렇게 울고있을때,

'카운터에서 메세지가 도착했습니다.'

그 빌어먹을 소리가 내 귀에 울렸다.

'아름다우신 분이 우시면 안되죠^^'

제딴엔 날 걱정해준다고 보낸 문자였나보다.
하지만, 보통사람들과는 다른 상황에 놓인 내가 그런 말을 듣고 좋아할리가 없었다.
난 눈물을 닦고 답장을 보냈다.

'시끄럽거든요?'
'어어, 하지만 울고계신게 보였는데'
'됐구요 님은 일이나 잘하세요'
'일할테니 울지마세요 그럼^^ 누가 우는거에 반응을 좀 잘하거든요.'
'신경끄시죠?ㅡㅡ;;;'
'네에 네에'

뭐 이렇게 싱거운 남자가 다있는지...
덕분에 눈물은 그쳤지만말이야.















D - 58



어째서일까.
이 PC방에 다시 오게된건....

- 아, 어서오세.... 어?
- .....
- 또오셨네요?
- ....네.
- 잠시만요, 재떨이 갖다 드릴게요.
- 네, 자리는...
- 어제랑 똑같은 자리에 앉으시면 돼요. 유화연씨 맞으시죠?
- ...어떻게 제이름을...

그러자 그남자는 모니터를 가르키면서,

- 회원가입을 하셨으니까 이름이 뜨죠.

라는 거였다.
뭐야, 그럼 마음만 먹으면 주민등록번호같은것도 알아낼수 있단 말이잖아.

- 어쨌든 어제처럼 1번자리에 앉으시면 돼요. 마침 그자리만 딱 비었네요.

정말이었다.
평소엔 단골들로 우글우글대는 흡연석에 단 한자리, 1번자리만 비어있었다.
꼭 날 기다리기라도 한듯 깔끔한 자리. 그리고 구석진 자리....
어째서인지 모를 안도감을 느끼면서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 여기, 재떨이 가져왔습니다.
- 아, 네. 감사합니다.
- 저기, 그리구요...
- 네?
- 죄송한데, 담배 한대만 주실수 있는지...

고개를 들어 다시 얼굴을 쳐다본다.
이제 갓 20살이 된건지 19살인지 모를 얼굴.
좋게 말해주면 동안이고 나쁘게 말하면 정체를 모를정도.
게다가 키는 왜이리 컸는지 어림잡아도 한 185는 되는듯했다.
단정한 머리에 약간 큰 눈.
그리고 단정하게 입은 옷까지.
PC방 알바치고는 참 안어울리는 복장이랄까.. 싶었다.
어쨌거나 난 떫떠름한 표정을 지으면서 담배 한대를 그에게 건넸다.

- 어, 디스플러스네요. 여성분들이 피기엔 독할텐데.

그리고 능숙하게 주머니에서 라이타를 꺼내어 무는 그.
폐부에서 원래 흘러나왔다는듯 숨을 쉴때마다 연기를 내뿜는 모습.
역시 전부터 담배를 피웠던 사람인듯싶었다.

- 담배... 없으신가요?

그러자 그가 날 돌아봤다.

- 네, 어제 다피웠거든요.
- 아아... 무슨담배.?

어째서인지 모르겠지만 갑자기 궁금해진 나는 여러가지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 똑같은거예요. 디스플러스.
- 아아..
- 아니면 말보로 라이트나 레종도 가끔 피죠.
- 근데 레종은 역한 냄새가 나서...
- 하하, 담배가 다 뭐 그런거아니겠어요.
- 그런가요...?

다시한번 담배를 무는 그.

- 후 - 우... 이 담배란 기호식품은 왜이렇게 중독이 강한걸까요.
- 글쎄요.

꽤나 철학적인 말이었다.
담배를 왜좋아하는지 궁금해하는말부터, 담배의 기원, 종류 등등...
어째서인지 담배에 대한 얘기를 처음 해보는 사람이 아닌듯했다.
그때 카운터에서 종업원을 찾는듯한 사람이 나타났고,

- 아. 죄송합니다. 잠시 일좀...

이라는 말을 남기면서 그는 카운터로 돌아갔다.
...어째서일까, 이런 여운은 정말 오랜만에 느껴보는것같은데.





D - 57


이젠 나도 모르겠다.
빌라촌 가운데에 위치하고 있는 2층에 있는 PC방.
왜 자꾸 이곳으로 오게 되는걸까.
게다가 오늘은 아침 일찍 이곳을 찾아왔다.
후 - 우.... 내가 미친건가.

'딸랑 - '

자동문이 열리자, 청량한 종소리가 나를 반긴다.

- 어서오세... 어라?

그가 날 보고 이상한 표정을 짓는다.

- 왜요?
- 어제도 그저께도 늦게오시던분이...

그러고보니 이 남자를 만난것도 오후 5시였지.
어째서인진 모르지만 6시이후에 이 남자의 얼굴을 본적이 없으니까.

- 그러고 보니 6시 이후엔 안보이시던데.
- 아, 그런것까지 보고계셨어요? 하하.
- 네, 어쩌다보니.
- 저, 퇴근해요. 그시간에.

얘기를 들어보니 오전알바란다.
그런데 이 시간대가 미묘해서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일을 한다고 하니, 어쩐지 불쌍하기도 하고.
내가 할말은 아니지만.

- 그런데, 오늘은 아닙니다.
- 네?

다시 질문을 했다.

- 오늘은 아니라구요.
- 뭐가요?

그러자 그는 어깨를 한번 으쓱하더니,

- 오늘은 제가 새벽에 일했거든요.
- 아아....
- 그래서 오늘은 게임이나 좀 하다 갈려 그랬는데, 용케 시간 딱맞춰 오셨네요.
- 아하하... 그저 어짜다보니...

...잠깐. 내가 왜 이런말을 하고있는거지.
원래는 남자들이 여자한테 작업걸때 이러는걸로 알았는데...
이러면 내가 작업거는걸로 알잖아...

- 나왔다.

갑자기 뒤에서 들리는 낯선 남자의 목소리.

- 아, 형 오셨어요?
- 그래. 근데 이분은...?
- 아, 손님.

아무래도 새벽 알바생이었는데 오전 알바와 시간대를 바꾼듯했다.
꽤나 건장한 몸집. 키는 오전알바생과 비슷한데다가 몸집도 있으니 꽤나 무서워보였다.

- 그래, 어쨌거나 인수인계하자.
- 네. 저기, 잠시후에 뵐게요.

카운터로 돌아가면서 눈을 찡긋하는 그.
뭔가가 목에서 나올듯말듯했으나 그냥 내팽개치고 자리에 와서 게임을 시작했다.
한 2~30분쯤 지났을까. 그 남자가 음료수를 사서 내 옆자리에 털썩 앉았다.

- 으아 ~.

일이 끝나고 편한 기분으로 낮는거라 그런지 입에서 흥얼대는 소리가 절로 나오는듯 싶었다.
mp3를 컴퓨터에 연결하고 음악을 켜는 행동까지 자연스러운걸 봐선 한두번 한게 아닌것같았다.

- 여기, 음료수 드세요.

그리고 사온 두개의 음료수중 하나를 내미는 그였다.

- 아, 네. 잘마실게요.
- 게임 뭐하세요?
- 아? 아, 네, 메, 메이플...
-아아, 메이플하시는구나.

싱긋 웃을때마다 가슴속에 뭔가가 쌓이는 느낌이 들었다.
어째서지, 내 가슴이 무슨 남자들 웃음저장소냐.

- 저도 메이플 하는데. 서버가 어디세요?
- 아아, 마, 마르디아요...
- 에 - 이... 전 스카니아인데...

아쉬운 티를 팍팍 내는 그였다.
그리고는 곧 음악에 몸을 싣고 흥얼거리더니, 이내 다른 게임을 켜기 시작했다.
그리고 우리는 말없이 컴퓨터에 열중하기 시작했다.








D - 56, 55, 54, 53



이젠 일과가 되어버렸다.
자연스럽게 일어나서 PC방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일.
그리고 그곳에서 그남자가 퇴근하는 시간까지 게임하다 같이 나오기...
그의 이름은 최한호, 현재 인하대 1학년에 재학중인 학생이었다.
방학이라서 PC방에서 알바를 하고 있던것이고, 단골이기 때문에 시간이 되면 자주 온다는것.
그리고 그의 핸드폰번호까지 알아냈다.
자리를 맡아달라고 문자를 보내는건 기본이고, 안지 며칠 안되었지만 친구처럼 말을 놓고 지내는 사이가 되었다.

- 한호야, 오늘도 그 사냥하는거 할거야?
- 응, 요즘엔 그거에 불타고있거든.
- 같이 메이플하지. 왜 그런 재미없는걸 해?

그러자 한호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더니 이상한 말을 내뱉었다.

- 원래 미치는게 좋은거야.
- ....?

이해할수 없다는듯이 고개를 갸웃거리자, 한호가 웃으면서 말했다.

- 사람은 무언가에 미쳐야 살아갈수있어. 예를 들면 일이라던가, 공부라던가, 좋아하는것정도겠네. 자기가 싫어하는거라도 마음먹고 그것에 매달리고 그것에 미치게 되면, 아마 그 분야에서만큼은 달인이 될수 있다는 얘기지. 웬만한 유명한 사람들이 다 어느 하나에 미쳐서 그렇게 잘된거니까 말이야.
- 흐응.... 그런소리였구나.

어느정도 납득이 가는 소리였다. 하나에 미쳐보는것도 괜찮을것같네...

- 한호야.
- 응?
- 난... 어느거에 미쳐야될까?

그러자 갑자기 심각하게 생각을 하는 한호.
어째서인진 모르겠는데, 엄청난 고뇌를 하고있는듯 보였다.
흡사 작품을 만들기 전의 작가들처럼.

- 끄응... 아!

뭔가 생각이 난걸까? 손바닥을 주먹으로 치면서 한호는 날 돌아봤다.

- 너, 나한테 미쳐라!!!
- 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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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C×C×B 2008/08/19 12:41 # 답글

    이거 감동인데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폐는 어따두고 심장만 탓하나여 ㅠ - Cru
  • RoseKnight 2008/08/19 12:46 #

    그게감동인거냐!?
  • 2008/08/19 12:56 #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
  • RoseKnight 2008/08/19 13:07 #

    -ㅅ-;;; 설마
  • アゼ 2008/08/19 12:56 # 답글

    뭐, 뭔가 엄청난 감동의 스토리잖아ㅠㅠㅠㅠ
    ....이거 UC 노벨로 만들어봐라!!!/야
  • RoseKnight 2008/08/19 13:07 #

    스토리 라이터로 전직할까봐
  • itosiiyui 2008/08/19 14:03 # 답글

    재밌게 봤어요~
    아 근데 폐는 어따두고 심장만 탓하냐에 많은 공감이~(쿡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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