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일은 없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해도 이 음산한 방에는 익숙해지지가 않는다.
지하라서 창문하나없이, 달랑 침대하나 스탠드하나 옷장하나.
뭐이런 간단한 방인지.
솔직히 말해서 이거 살인사건 일어나도 단서잡기조차 힘들만한 방 아닌가.
"아, 그러니까 살인사건이 아니라니까."
"근데 그렇게 생각이 가는걸 어쩌겠어요."
"....하긴, 내가 디자인에는 영 젬병이라서."
"허이구야.... 이것도 총장님이 직접 디자인하신거였어요?"
"부, 부끄럽다!!! 이놈아!!!"
....부끄러울일도 없을것같습니다만...
"한선호가 조영상의 칭찬을 받고 부끄러워합니다."
아버지!!! 이건 WXW가 아니라구요!!!!!
그런거, 그만하시라구요 좀 !!!!
"허허허. 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허."
....이분들, 다 미쳤나봐!!!!
어쨌거나 방까지는 오긴 왔는데....
짐이랄것도 없이 간단한 옷가지들과 혹시나 학교에 갈지 몰라서 가져온 학교가방.
교과서와 볼펜, 오늘 미술시간에 '쓸거였던' 물감과 가위, 4절지.
"하아... 원래 학교에 갔어야 됐는데...."
가방만 봤다하면 한숨만나오는 이 안습한 상황... 어휴.....
학교에 가고싶다.
그냥 평범하게 조용히 수업이나 들으면서 지내고싶다....
"어머, 10번방에는 벌써 사람이 와있네."
응? 웬 여자목소리?
설마 오늘 올 사람들중에 여자도 있었던건가?
"의외네. 이런곳에서 여자를 보게될...."
.................줄은 몰랐지만 설마....
"왜? 난 여기 오면 안되는거였나..?"
......아니, 잠깐.
잠깐잠깐, 이성적으로 생각하자.
여기는 방송국이 아니야.
그리고, 여기는 그냥 세계 추리연맹에서 주최하는 한국 추리대회란 말이지.
그런데, 왜 세계적인 스타...
그것도, 우리나라에서 배출해낸 최고의 엔터테이너...
"미스티(Misty)?"
왜 미스티가 여기있냐아아!!!!!!!!!!!!!!!!!
"아아, 내이름을 아네, 조영상?"
....어?
내이름을 어떻게 아십니까?
그 세계적인 스타 미스티가 내이름을 알고있네?
어라? 뭐지? 대체? 응? 뭐야? 뭐냐고 대체?
"푸, 푸훗, 푸후후후후후!!!"
"아, 아니, 갑자기 왜 뜬금없이 웃으십니까!? 예?"
"아, 아냐... 그냥, 갑자기 웃겨서."
....참 웃길일도 많으십니다... 으허허허.
허허허허허...
"역시 이름을 말하면 모를라나. 안그래? 쉐이드(Shade)?"
으, 으엉?
으어어어어어엉?
"아니, 저기, 잠시만요. 어떻게 제 WXW 아이디를 아십니까? 네? 어? 어라? 으엉?"
"꺄, 꺄하하하하하하하하하 !!!!! 역시나 !!!!"
"아니, 저기, 뭡니까 대체, 네? 뭐냐구요. 내 이름을 어찌아시는겁니까?"
"아하하하하. 역시나, 넌 게임이랑 똑같은 성격이었어."
으, 응?
아이구야, 나 정신좀 차리게 해주세요.
이게 뭔일인지, 무슨내용인지 난 아직도 모르겠거든요?
"나야, 나. 리비에(Livie). 모르겠어?"
".......아아?"
네?
그 맨날 접속률 떨어지면서도 길드에 붙어계시던 리비에누님말입니까?
맨날 정모에도 안나오시던, 그누님말입니까? 으엉?
유독 나한테만 장난치고 괴롭히던 그누나말입니까? 으어?
"으, 으, 으아아아!!! 절로가요!!! 또 괴롭히려고 그러지!!!!"
"꺄하하하하하하하하 !!!!!! 안그래, 안그래!!!"
"그거, 웃으며 넘길얘기가 아니지말입니다..."
어이구야... 웃겨 죽을지도 모르겠네... 이거, 무슨 추리대회가 아니라 만남의 장소 아닐까나.
"어쨌거나 여긴 왜온거예요?"
"응? 나도 오늘 참가자야."
오오?
"누님이 말입니까?"
"어째선지 나도 초대장이 왔더라고.... 그래서 스케쥴도 비웠겠다, 그냥 왔어."
...그냥 왔다는 소리가 어째선지 더 무섭습니다 그려.
아니, 그것보다 꽤 바쁘지 않습니까?
미국 공연도 성황리에 끝내고 돌아왔으니까, 엄청난 방송국공세가 밀려올텐데말입니다....
"그런거, 그냥 무시하는게 더 편하지 뭐."
....누님다우십니다 그려.
그러고보니 저번에 개토자드 잡는다고 방송국 스케쥴 펑크냈었지, 아마.....
하여간, 별의별 이상한곳으로 유별난 누님이니. 참...
"근데, 추리연맹같은곳에서 왜 날 불렀을까?"
"그러게요. 내가 그걸 어떻게 알겠시유. 알면 내가 이러고 있겠어요? 그냥 공부하고있지..."
"아아, 하긴. 영상이는 학생이었지?"
그럼요, 학생이죠.
"지.극.히. 평범해야 할 학생이죠."
"푸, 풉. 그래서 지금 여기온게 싫다는거야?"
"근데 진짜 학교에 있고싶었어요... 난 오기싫었단 말이예요."
"뭘, 가끔은 학교 빠져도 좋지. 안그래?"
"평범하게 학교에 있는게 더 편한데.. 끄응."
"역시 쉐이드 다워."
....그건 방금 저도 생각했지말입니다.
역시 누나도 누나답지 말입니다.
"그나저나 참가자들은 아직 안온걸까?"
"글쎄요. 10명이나 있다는데 우리 둘밖에 없다니."
"아직 도착시간이 6시간이나 남았으니까, 괜찮겠지."
하긴, 새벽부터 일어나서 왔으니...
지금시간이 1시 12분이니까....
"도착시간까지 정확히 5시간 48분 남았나?"
"응. 뭐, 그때까지 기다려봐야겠지?"
"그럼 밥이나 먹으러 가죠. 지하2층에 식당있던것같던데."
"그래그래, 점심이나 먹으러 가자."
P저 지하2층 상면도
지하는 꽤나 넓적해 보였다.
확실히 1층처럼 쓸데없이 비꼬아놓지도 않았고,
근데 맘에 안드는건...
"...역시...."
확실히, 피라미드를 모방해서 그런진 몰라도, 곳곳에 그놈의 관... 관.... 관...
"이러다가 우리 다 미라되는거 아닐까요."
"미라는 안될거야. 미라만드는게 얼마나 힘든데."
"으음... 미라라면..."
아마 온전하게 죽은 시체에서 코로 모든 장기를 빼내고 방부제로 염을 하는 방식이었지?
그리고나서 붕대로 감아서 관에 넣는 방식이고....
"근데 그거, 귀찮아서 뭐 하겠어? 실제로 할일도없겠고...."
"뭐, 그야 그렇죠. 그래도 이번 추리는 살인사건은 아니라잖아요."
"그렇다니 다행이지. 만약에 살인사건이었어봐. 난 오늘 머리터져 죽었을걸."
"아하하...."
뭐, 누나만 머리터지겠어요?
나도 머리터졌을걸요. 난 왜왔냐는 생각하고있을텐데 뭐....
"그거.... 약간 비논리적인것같은데."
....뭐여.
이 추리만화의 정석을 따르는듯한 태클은 뭐여....
이건... 꼭... 마치...
"첫희생자가 비웃는듯한 그런 느낌말이지?"
"오오, 누님도 아십니까."
"응, 김XX 보면 나오잖아. 항상 처음 깝죽대면 죽더라고."
"어, 어이, 어이어이!!!! 이사람들아!!! 사람이 말을 하면 알아들으란말이야!!!"
아니, 알아듣기도 전에말입니다....
그래버리시면 어떻게 아시겠습니까.
아무도 모를텐데말이죠.
"커, 커흠흠, 어쨌거나 저쨌거나 그랬거나 저랬거나 그건 비논리적이라고."
"예이예이, 저희는 무지해서 무슨말인지 하나도 못알아듣겠십니다. 뭔말인지 말씀좀 해주십쇼."
"쉐이드가 이름모를남자에게 도발을 시전합니다."
"누, 누님!!!! 여긴 WXW가 아니라구요!!!"
이, 이누님이 왜이렇게 실제로 WXW를 플레이하는 느낌을 자꾸 받게하남여.....
무섭네 이누님 참 어이구야.
"그럼, 이렇게 해주면 되나. 이름모를남자가 쉐이드에게 대화를 신청합니다?"
"네, 그렇게 하시면 됩니다. 네이네이. 무슨얘기죠?"
"간단한 얘기지요. 그런 생각갖다가 머리가 터질일은 없잖습니까? 이게 무슨 간뚜같은것도 아니고 말이죠."
"....간뚜는 조금 공상과학에 가깝죠."
"어쨌거나 시체폭발이 아닌이상 그닥 그런것엔 관심없으니까요. 비논리적인 말은 사절입니다."
"사절이고 자시고 어쩌고 저쩌고... 누구십니까?"
그러자 그제서야 고개를 드는 저아저씨.
아니, 아까 잠깐 발끈할때도 들었나.
"그렇게 자세하게 생각 안해도 돼... 이 바보야."
"누나는 내 얼굴만 봐도 생각을 다 읽어버려서 무서운거죠."
"그런가? 아하하."
"어쨌거나 저는 이런 사람입니다."
받은 명함을 보니...
"...주식회사 YPS?"
"아아, 대형마트의 주차팀을 책임지고 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양재점 주임이네요."
"네, 그렇습니다. 주임을 맡고있는 곽성한입니다."
"네네, 곽성한씨. 아무리봐도 WXW 하고계신것같지 말입니다."
'어, 그걸 어떻게?"
....이로써 뭔가 하나를 알아낸듯한 느낌.
적어도 오늘 오는 사람들은 다 WXW를 하고있단말이지.
이게 대체 무슨 변수가 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우연은 아냐. 적어도 우리들말고도 다른 직업군들이 오게 되면 알게되겠지만...."
"우와, 영상이, 진지해보여."
"....불안해요."
"응?"
속내를 털어놨다.
원래는 이런걸로 이상한 느낌 받지는 않지만....
오늘따라 이상하다.
아는사람을 만나질 않나, 모두가 WXW를 하질 않나, 이집트의 문화를 모방한 숙소가 있질 않나...
"잠깐!!!!!!!!!!!!!!!!! 왜 자기소개는 안하는겁니까!!!!!!!!!!!!!!!"
....절규하셔봤자예요.